2015년 8월 12일

즐거웠던 회식 후 술이 취해 빈방에 들어온다.
혼자 지내기엔 너무 큰 방.
회식치곤 즐거운 자리였었기에 돌아오는 길은 웬지 더 쓸쓸하다.

5월 이후 내 방은 더 넓어졌다.
그 공간을 좋은 것들로만 채울 것이라는 희망과 자신감에 가득 찼었다.


나라는 게으른 물고기는
동기가 없으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한마리 넙치와도 같다.

36년만에 내겐 처음으로 동기가 생겼다.

너무 오래 기다린 것이었을까?

자웅이체였을땐 견딜 수 있었던 것들이 자웅동체가 되었을 때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멀리만 보던 나는 또 하나의 나에게 고진감래만을 강조하였다.
내가 느끼는 책임감과 청사진에 흥분하여 하나되는 새로움의 변태과정에서 야기되는 고통과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기초를 튼튼히만 한다고 너무 토대 공사에만 매진했던 나의 성은 설계도 프리젠테이션 조차 제대로 못한 채 흉물스런 무한성으로 남아버리게 될 위기에 쳐해있다.

주위에서 숱하게 본 모래성 처럼 무너지는 성들 처럼 되지 않기위해 천천히 안정적으로 가고 싶은 나의 설계안은
임자없는 폐허의 성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불쾌함과 조롱만을 남긴 채 이제 며칠 안남은 마일스톤 데이에서 공사 포기 선언을 해야 할 상황이다.

넓어진 내 공간에 한여름밤 사막처럼 황량하고 메마른 차가운 모래바람이 들어온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아름답고 튼튼한 성은 실로 다음 세상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참으로 우습게도 문득 십수년 전 잊혀졌던 사랑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아직도 내가 멀었다는 뜻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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